여행후기

여행후기

책이 한권 서가에 꽂힐 때마다 생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onion
작성일25-07-03 23:24 조회3회 댓글0건

본문

책이 한권 서가에 꽂힐 때마다 생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첫 부분의 이야기에 맞춰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난다. 스포가 아니기를.#서정옮김"문자살해클럽"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 가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대체 이 클럽의 의미와 정체를 다시 찾아 읽어야했다. 제즈는, 책으로 가득 매운 서가를 가지고 있던 제즈는 어느 날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책들을 모조리 돈으로 바꾼다. 그 돈을 장례비로 모두 쓰고 집으로 돌아온 제즈를 기다리는 것은 그저 텅 빈 서가 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돈키호테를 꺼내 읽기를 좋아했던 제즈는 책이 없어도 페이지 하나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빈 서가 앞에서 한권 한권의 책을 떠올리던 제즈는 "필사"를 시작한다. 책을 필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필사" 하여 여태껏 계속 보냈던 원고만 반환하던 출판사에 보냈더니 그 텅빈 서가 이후로 더 이상 원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제즈는 몇 권의 책을 내게 되고, 다시 서가는 채워졌지만 제즈의 이야기는 사라져 버렸다. 제즈는 문자를 살해하고, 구상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한다. 이야기가 다시 되찾아오려면 그래야 한다,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토요일마다 열리는 문자 살해 클럽에서 모임원들은 돌아가며 이야기를 짓는다. 절대 문자화하지 않고, 구두로만 말하는 것이다. 이 또한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닮았다. 허공을 떠도는 이야기의 자유, 상상의 나래, 기억으로만 남게 되는 철학과 논리들. 그들은 과연 성공했을까. 8번째 주인공, 이 책의 화자는 왜 이 곳에 초대 받았으며 그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재송합니다#작가님네번째는 먹는 입, 키스하는 입, 말하는 입을 얘기하는 페브의 "세 입 이야기", 다섯번째는 쇼그의 "스틱스 강을 건너기 위한 오볼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사라진 라르와 "나"의 깨달음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희곡부터 우화, SF까지, 하나의 제목 아래 이렇게 다른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니! 러시아의 보르헤스, 러시아의 카프카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의 지식이 모지라 이해 대신 물음표와 가라앉은 기분만 남았다. 분명 재독하면 더 재밌을 책.결국 꺼내들게 되는 노트와 펜. 단테의 신곡을 원문으로 낭송하고 노트 없이 강연을 할만큼 비범한 기억력의 작가님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책이 서가에서 사라져도 그 책들을 기억속에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분인 것...1395"하느님이 왜 당신에게 입을 주셨습니까? 음식입니까, 키스입니까, 아니면 말을 위해서입니까?"166두번째는 튜드. 튜드는 중세 유럽의 당나귀 축제를 모티브로 골리아드(일종의 영락 계층이자 보헤미안, 교육받은 이들이었으나 주류에 끼지못한, 일종의 반역자요, 자유사상가)의 이야기를, 세번째 다스는 엑스(EX)가 지배하는 SF 이야기를 한다! 박테리아를 주입하면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이 멀쩡한 근육을 이용하여 노동을 한다, 라는 설정. 정치권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기술이 아닌가! 과학이 시작하고 정치가 마무리하는 이 기발한 SF 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과학과 정치의 결합으로 엇나가는 디스토피아가 익숙하면서도, 그 시절에 이미 AI와 로봇의 등장을 예지하셨나 싶고. 집단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죽일수도 있는 이 기술에 정치가 개입됐을 때의 미래."신쳬를 통제하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진동파지의 노예가 된 인간의 뇌"는 과연 어떻게 될까!@midoldol이제, 말들을 돌려주려 한다. 전부, 단 하나만 제외하고. 그 하나는 바로 '삶'이다이 책이 던지는 질문에 작가는 작가 나름대로, 독자는 독자 나름대로 생각하게 될 듯 하다. 얼마전 친근한 동네 이웃님이 "책 디톡스'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던 터라 어머나! 하고 무릎을 쳤지 뭔가! 문자 살해. 다행히도 서가를 텅 비워 장례를 치뤄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게 돈을 벌 만큼의 장서도 아니라 책들은 그 자리에 있겠지만 읽는 대신 떠오르게 하는 것. 자유롭게 생각들을 풀어주는 것. 비우기 전에 채우는 것의 중요성을 크게 공감해버렸다. 나는 그저 이렇게 단순한 결론을 내어볼 따름이다. 그리고 오래 고뇌하고 괴로웠고 슬펐을 작가님의 삶을 쏟아낸 이 책에 안타까움을 보내며. 국내 번역된 책이 달랑 이 책 한권뿐이라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결과적으로 말하면, 종이와 잉크로 된 책들이 결코 일러주지 못했던 경지에 공기 3제곱미터의 도움으로 나는 비로소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소. 이제 뭘해야 할지 알 수 있었소. 그것들을, 내 가상의 책들을, 내 환상들을, 낡은 서가의 검은 선반들 사이에 꽉 찬 공허를, 차례차례로 꺼내는 것이었지. 보이지 않는 글자들을 아주 평범한 잉크에 담그면서 그것들을 필사본으로, 필사본을 다시 돈으로 바꾸었지. 그리고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점차 내 이름은 비대해졌고 돈도 점점 더 많아졌지만, 내 환상의 도서관은 점차 고갈되어갔던 것이오. 내가 내 서가의 공허를 너무 물색없이 부주의하게 소비해버린 거지. 132세기 후반 라틴 시인이자 문법학자인 테렌티아누스 마우루 스가 한 말,"독자의 능력에 따라 책은 운명을 달리한다(pro captu lectoris, habent sua fata libelli )"를 의미한다. 음절 형성을 다룬 운문 [음절에 대하여(De syllabis)]에서 언급했다. 필사본은 1493년 보비오에서 발견되었다."대답은 바로 여기, 냄비 아래, 땅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 하기 위해 세상을 방황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답은 바로 여기, 당신의 정수리 아래, 질문 옆에 있습니다. 수수께끼는 항상 해답으로부터 만들어내는 겁니다.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늘 질문보다 먼저이지요. 친구들을 깨우지 말고 재우십시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고 험난할 것입니다." 190232쪽 ㅣ 345g ㅣ122*187*17mm#난다출판사모임원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우선 라르. 라르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변주하여 역할과 배우가 대화하게 하며, 길든스턴을 길든과 스턴으로 쪼개고, 오필리아를 펠리아와 펠라로 쪼개어 서로 대화하게 하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또 어디선가 읽었던 배우와 역할에 대한 질문들이 떠오르면서- 그럴듯하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펼쳐지는데다, 역할을 둘로 쪼갠다고???? 그 둘이 대화를 한다고??? 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실컷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진정 빈 서가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주석: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 독일의 관념 철학자. 그는 강의록에 기초한 저서 [현시대의 특성] 1806)에서 '순수한 독자'에 대해 말한다.쓰인 모든 것을 따라잡기 위해 읽고 또 읽지만, 자기가 읽은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에 관해 말하면서, 이런 식의 독서는 흡연처럼 중독이 된다고 경고한다.책 만듦새가 너모 좋아서 또 소장욕이라는 게 불타오른다 - 그런데 페이지가 떼어질 것 처럼 위태로움.214이 책을 비롯하여 중년기에 썼던 책들은 모두 당 서기에 의해 반환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본 결과 당시 당 서기가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위기가 어둡다! 라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