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윤경 기자·이강산 인턴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나 윤석열 좋아했어. 임기도 다 못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짠하기도 해. 그런데 어떡하겠어. 헌법재판소가 파면했잖아. 그러면 좀 받아들이고 화합할 줄도 알아야지. 나라가 얼마나 어려운데. 국민들이 더는 분열하면 안 돼. 화합해서 나라 발전을 생각해야지"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옮긴 11일, 사저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씨(67)가 한 말이다. 사저 인근 주민인 김씨는 '연일 이어지는 시위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시끄러운 건 괜찮다"면서 "같은 대한민국 사람끼리 갈라지는 게 문제"라고 했다.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9분 관저 정문을 통과해 21분 만인 오후 5시30분 서초동 사저에 도착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이다. 관저와 사저 앞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탄핵 찬성 세력의 집회가 각각 열렸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은 "더 이상 분열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화합의 길로 나아가자는 뜻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라고 밝힌 정은혜씨(48)도 국민 통합에는 이견이 없었다. 정씨는 "솔직히 관저 앞에서 울고불고하는 게 이해는 잘 안된다"면서도 "오죽 좋아하면 그러나 싶다"며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분열이 좋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느냐"며 "정치인들이 못나서 반으로 갈라진 것이지 진작 잘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2030 세대의 생각도 비슷했다. 대학생 김아무개씨(22)는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각자 시위는 할 수 있지만폭력적인 방향으로 흘러서 누군가가 다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아무개씨(32)는 "이 정도로 서로를 향해 화를 내고 싸운 적이 있었나 싶다"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이런 식으로 '과몰입'하는 건 본 다윈의 위험한 생각 대니얼 데닛 지음 신광복 옮김 바다출판사 지난해 4월 82세로 작고한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원서 출판 30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학계에서 데닛의 명성-혹은 악명-은 1980년대부터 자자했고, 그는 이번 세기 중요한 현존 철학자 목록을 만들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됐다. 챗GPT류의 거대언어모델 쇼크가 세계를 강타한 이후에는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널리 여겨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인공지능(AI)에 대한 갖가지 철학적 비판과 공격을 꾸준히 철학적으로 반박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공지능 엔지니어들이 반감을 품지 않는 유일한 철학자라는 말도 나돈다. 데닛이 국내 독서계에 소개된 지 한 세대 이상 지났고, 말년에 생각을 집약한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도 2022년 번역 출간됐다. 그런데도 30년 전 나온 이번 책을 다시 읽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윈을 유인원처럼 그린 1871년 삽화. 일단 데닛이 품은 생각의 큰 틀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다. 그 틀을 요약하자면, 다윈이 “자연선택”이라고 적확하지 않은 어구로 표현한 원리는 생물의 진화만 아니라 심리학·문화·윤리·정치·종교 등 인류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세계관에 적용되는 것이고, 자연선택 원리에 의거해 기존 세계관들을 뒤엎으면 더 적실하고 내부 모순이 덜한 새로운 세계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통념들을 뒤엎어 버리기 때문에 위협을 느낄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위험한 행동들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다윈의 생각은 이중적으로 ‘위험’하다. 하지만 ‘양의 탈을 덮어쓴 늑대’ 같은 기존 통념들과 달리 다윈의 아이디어는 ‘미녀와 야수’의 야수처럼 언뜻 보기에 무서울지라도 실은 미녀의 친구였고,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데닛은 주장한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대니얼 데닛(1942~2024). [사진 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