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a바둑이DB판매@_텔WB7000--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던 70대 남성도 이야기를 꺼냈다… 기다려주는 사람 앞에서 나오는 글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나는 복지관 어르신들과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 수업을 한다. 글쓰기가 주된 수업 내용이지만, 말로 하는 '풀면'도 꽤 중요하게 다룬다. 처음부터 유려하게 '쓰는'일은 어렵지만 말로 '풀면' 나중에는 쓰게 되는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그 '풀면'은 그간 여성 어르신들에게 특화됐다. 할머니들끼리 서로 속사정을 듣다 보면 금방 친해져서 4주쯤 지나면 언니동생이 되는 경우도 잦다.듣기만 했던 그 분, 드디어… "통증과 함께 살기로 했다"수업 정원 15명에 할아버지는 딱 두 분이다. 12주가 지난 지금도 그 두 분은 별로 친해진 거 같지 않다. 그나마 한 분은 지난 학기부터 쓰시던 분이라 가끔 '풀면'의 한 축에 끼실 때도 있지만 다른 한 분은 '나는 그냥 이야기 들으러 왔어요'라고만 하고 도통 뭘 하지 않으셨다.강사인 내 입장에서는, 2교시 내내 듣기만 하는 수강생이 있다는 건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 글쓰기 수업에 집중하는 어르신들. 남성 어르신은 딱 두 분이다.ⓒ 최은영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작 전에 그분이 다른 어르신과 쿵작이 맞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봤다. 나는 아까 그 이야기 좀 나눠달라 했다. 쭈뼛거리시다가 나지막하게 본인 이야기를 읊조리시는 것을 나는 이렇게 받아 적었다."일어나기 싫고 걷기도 싫고 그런 날이 있지만, 한 번 안 나가면 그 다음날도 안 나가기가 쉽다. 그러면 나는 더 나빠질 거란 걸 안다. 매일 현충원 잔디밭 한바퀴를 돈다. 25분에서 40분까지도 걸린다. 거기를 갔다 와야 내가 하루를 산다. 수술하면 못 걸을 수 있대서 그냥 통증과 함께 하는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못 움직이면 끝이지. 아파도 걷는 게 낫지.' 라며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이렇게 잘 풀어주시면서 왜 그동안 말씀을 안하셨냐고, 저는 어르신 말 편집도 없이 그냥 쓴 건데 이렇게 훌륭한 한 문단이 나왔다며 칭찬을 쏟아드렸다. 어르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으셨다.이어 그다음 주는 병원 예약이 있다면서 1교시 끝나고 나가야 된다 하셨다. '혹시 먼저 발표하실래요?'라고 물었더니 '그러죠 뭐' 하신다. 의외였다. 그 어르신이 발표한 내용은 간단하지만 강력했다. 자신이 과거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아